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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일상/일상

이런 약사님을 본 적 있나요?

by Superlady 2010. 8. 25.

오늘, 머리 어깨 무릎 발 온통 쑤셔대면서
코감기증상+몸살+냉방병 증상까지 모두 합세해서 나를 괴롭혔다.

요즘들어 이렇게까지 아픈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왜 이리 심한 걸까 -_-;

할일은 쌓였는데, 일은 손에 안잡히고... 겨우 퇴근시간까지 버티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병원부터 갔다.
저녁9시까지 진료하기 때문에 늘 찾게 되는 동네 이비인후과...

언제나처럼 씩씩한 여의사 샘은 반갑게 맞아주시고~
처방을 받고 약을 타러 1층 "ㅇㅇ약국"으로 향했다.

약을 타기 위해 처방전을 내고, 기다리던 중...

갑자기 4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남자 분 두 분이 들어섰다.

씩씩한 여 약사님이 물었다. (어쩌다 보니 병원도 약국도 모두 여자 샘이었네 -_-;; )

" 무얼 찾으세요? "

남자분 한 분이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약을 찾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었다. 나는 너무 힘이 들었고, 아픈 상태였고, 얼른 약을 타서 집에 가고만 싶었기 때문에...

" 두통이 자주 있으신가요? 어느쪽으로 아프세요?"

- 남자분 : " 가끔 아파요. 뒤쪽으로 아프네요 " (뒷골 쪽을 만졌다)

"음..."

약사님은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레 남자분에게 말했다.

" 오해하지는 마시구요, 혈압을 한 번 재 보셨으면 좋겠어요.. "

남자분은 조금 당황한 듯 했다. (성질 x 같은 사람이었다면 윽박도 질렀으리라..."뭔상관이야! 약이나 줘!" 라고.. )

약사님은 남자분을 혈압을 잴 수 있는 근처 자동 혈압계가 있는 곳을 안내해 드렸다.

덕분에 나는 약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도 약사님 설명+수납을 기다려야 했기에 계속 서 있어야 했다. ㅠ ㅠ 
하지만 이 시간은 잠시 뒤, 전혀 문제되지 않는 기다림이 되었다. 

여기서 이미 나와 신랑은 깜 짝 ! 놀랐었다.

"어머.. 두통약 사러 왔는데, 혈압을 재보라고 안내하네?.. 저런 약사님 처음 봐.. "
이대로 아무일이 없었어도 나는 아마 놀라운 일이라며 포스팅을 했으리라..

약사님이 다음사람 약을 조제하러 약제실에 들어간 사이, 

그 남자분은 돌아왔고, 혈압계 수치를 불러드렸다.
그 남자분의 혈압은 163/100 이었다. (본의아니게 혈압계 수치를 듣고 말았다;;;;;)

약사님은 남자분께 내과를 가보라고 했다. 

" 어머! 얼른 내과 가보세요. 본인은 아닐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정도 수치라면 두통약 드시면 안되는 수치에요. 
혈압 때문에 두통이 오시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지금 날씨가 더운데도 이 정도라면, 날씨가 추울 땐 잘 못 하면 아차! 할 때 쓰러지실 수도 있어요.
간이로 측정하는 혈압계인데도 이 정도라면 반드시 정밀하게 측정해 보셔야 해요. 
두통약은 못 드리겠어요. 지금 두통약 드시면 안되구요, 얼른 내과 가셔서 의사 선생님 상담 받아보세요"

그렇게 약사님은 남자 분 일행을 보냈다. 

물론 두통약은 팔지 않으셨다. 

나와 신랑은 너무 놀랐다. 
" 어머 ! 이런 약사님도 있네......"

" 약사님! 이런 약사님 처음 뵈요! 보통은 아무 말씀 안하고 그냥 약 주시는데. . . 
정말 약사님 너무 멋지세요!! +_+ " 연신 감탄사를 외치는 내게 옆에 직원분이 말했다. 

" 우리 약사님 약 안팔아요-_-;;; 앞에 애들 비타민도 하나도 없잖아요! -_-;; "  약간은 불만 섞인 하소연이었다. ^^; 

어머! 그러고 보니 앞에 테이블(?)에 형형 색색의 애들 비타민이 하나도 없다!!!!!

어머어머!!! 그 동안 숱하게 많은 약국을 다녔지만, 정말이지 이런 약사님은 처음 봤다. 

'만약 그 남자분이 내과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조기에 치료를 잘 해서 아무일 없이 건강하다면,
또 만약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뇌출혈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면,
약사님은 한 사람을 살린 것이 아닌가..?'

멋지다.. 하며 약을 받아 돌아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다가... 

"안되겠다.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야겠어! " 라며, 신랑을 엘리베이터 앞에 세워 두고 사진을 찍어 왔다. 

정말. 
진정한 의료인이라면, 장사꾼이 아닌 의료인이라면!!!!!!
이 정도는 되야 하는거 아닐까? 

아니.. 어쩌면 이게 당연한 모습인데, 우리 사회가 너무 비참하게 타락해 버려서
이런 모습이 너무 멋진 모습이 되어 버린 것일지도...  

한편으론 너무 멋진 약사님 덕분이 뿌듯 했고, 한편으론 씁쓸했다. 

이런 약사님은 정말 훈장이라도 줘야 하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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